호주여행기2019/5.애들레이드

[호주여행] 애들레이드 + 브리즈번 (시티캣야경, 론파인동물원)

텐드리안 2020. 7. 23.

울룰루 일정을 마치고 비행기표의 문제로 애들레이드로 예정에 없는 1박을 하게 되었다. 애들레이드가 볼거리가 많거나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기도 하고 이동 동선상으로도 갈 이유가 없음에도 앨리스스프링스에서 나가는 항공권이 경유를 해도 멜버른 시드니까지 15시간 이라는 변태스러운 시간대 항공권 밖에 없어서 내린 결정이다. 시간도 낮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풀고 잠깐 구경을 할까 싶으니 5시가 넘어가서 제대로 된 관광도 할 수 없었다.

 

2020/07/21 - 호주여행]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에어즈락공항 IN 앨리스프링스 OUT)

 

[호주여행] 울룰루 카타추타 국립공원 (에어즈락공항 IN 앨리스프링스 OUT)

호주여행 세번째 이동 지역은 세상의 중심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위가 있는 울룰루. 에어즈락 이다. 이곳에서는 우리에게는 정말 신기한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바로 단체로 여행을 오는 일본��

iamwinnerbecause.tistory.com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애들레이드로 가는 직항편을 통해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바다를 끼고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호주에서는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퍼스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왕 오게 되었으니 어디를 가 볼까 검색을 좀 했는데 캥거루섬이 가장 유명했다. 

당일로도 아침 일찍 출발해서 섬의 일부를 짧게 보고 오는 코스가 있었는데 외에도 1박 2박 등으로 캠핑투어처럼 캥거루섬을 투어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이동을 해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당일치기 투어라고 해도 하루를 온전히 쓰게 되면 1박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고 비행기티켓과 남은 일정을 생각하면 너무 무리하기는 쉽지 않았다.

애들레이드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인데 이유는 대도시이기도 하고 시드니나 멜버른처럼 유흥이 크게 많지도 않은 조용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단점은 오후 5시 6시가 넘어가면 상점들 대부분이 문을 닫는다는 점인데 우리도 늦은 시간 애들레이드에 도착해서 별로 한게 없었다. 센트럴시장도 파하고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었다.



할 수 있는건 일몰을 보러 가는거. 전차노선의 마지막 종착역으로 가면 글레넬그 해변으로 갈 수 있다. 

울룰루에서 보고 온 일몰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바다에서 보는 일몰이 더 멋지다. 사람도 많고 우리처럼 관광객도 많고 흥청망청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밤이 되면 시티가 한산해지는것과 달리 이곳은 밤문화로 이제 막 시작하는 기분이다.

일몰을 바다위 요트에서 바라보는 저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큰 짐과 예정에도 없이 들르게 된 애들레이드에서의 하루지만 이렇게 해변에 앉아서 일몰을 바라보면서 매일매일 뭘 하고 뭘 먹고 등등 몸을 피로하게 움직이다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앉아서 편안하게 쉴 수 있어서 좋았다.

 

당연히 이런 과정 중에 여자친구와 다툼도 꽤 많았다. 여행준비는 하나도 하지 않고 오로지 사진에만 온 정신을 쏟는 얘를 보면서 과연 나랑 잘 맞는건지 의심이 들었다. 

 

혼자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예전에는 그래도 좀 불편하지 않나? 동행이 있어야 여행이 더 즐겁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타깝게 보기도 했지만 여행은 원래 혼자하는거라고 생각을 크게 고쳐먹기도 했다. 이런 생각은 후에 브리즈번 동물원에서 더욱 강하게 굳혔다. 그리고 부러웠다.

 

해변 산책로에서 밤 낚시를 즐기는 사람드를 볼 수 있었다. 근데 뭔가 이걸 잡아야 오늘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는 듯한 남루한 차림새며 장비며 좀 이질적이었다. 

애들레이드에서 더 머물르면서 시티투어도 할까 싶었지만 안가도 가본것 같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보니 애들레이드에서 딱히 찾아가거나 볼만한 건 없어 보여서 브리즈번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타이거젯으로 이동을 했던 것 같다. 시그니처컬러. 브리즈번은 이번 여행의 사실상 마지막 방문지이고 이곳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계획이었다. 골드코스트도 가야되고 브리즈번에서 살고 있는 친구도 만나고 넉넉하게 여행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아웃 비행기를 타러 시드니로 가도 이미 대충은 다 둘러본 상태라 더 뭔가를 할 수 없었다. 다만 멜버른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멜버른으로 갔다가 다시 시드니로 돌아올까도 싶었지만 이렇게 황당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고 여자친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가 하는대로 하거나 말거나 그놈의 사진만 노래를 부르는게 얄미워서 그냥 브리즈번 시드니 아웃으로 나도 편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다.

이 때의 여행이 나에게는 큰 원인이 되었지만 이후 여자친구와는 이별했다. 원래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게 자연스럽고 만나서 기쁘고 헤어지면 슬프고 하는 그 감정마저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나는 구 여자친구에게 크게 실망했다. 상대도 그랬겠지만 원래 헤어지고 어느정도는 마음의 정리를 하거나 수습의 시간이 필요한데 이 여행기간 함께한 여자친구와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헤어진게 나를 위해서도 대단히 좋았다.

브리즈번으로 가는 내내 3시간 정도 비행시간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기왕 왔으니 재미있게 여행을 하면 좋은건데 기분이 상하면 그걸 어떻게든 표시하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니 당연한 거다. 그래도 이때는 조금 미안했다. 

 

싸움의 발단이야 항상 시간 문제다. 브리즈번 가는 비행 시간이 있고, 우리는 여행객이고 캠핑투어까지 준비하느라 짐이 좀 많은데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이동하기 전날이면 짐을 미리 싸고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여자친구는 그걸 못해서 결국 아침에 공항 버슬르 타지 못하고 택시를 타면서 내가 신경질을 냈다. 그래서 말다툼을 하다가 그냥 서로 무시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건데 브리즈번 공항에 와서 화해하고 다시 즐겁게 여행을 다니자고 합의는 했지만 이미 헤어짐을 준비한거 같다. 나도 여자친구도

브리즈번으로 와서 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시티로 들어간다. 시드니는 고카드, 브리즈번은 고카드를 이용하면 된다. 

숙소는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버스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여자친구랑 싸우고 난 뒤라서 화해는 했지만 택시를 타서 편안하게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생각해보니깐 여자친구는 돈을 정말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거의 내가 내거나 했는데 굳이 이런걸 나누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사귀면서도 딱히 신경쓰진 않았는데 얘랑 잘 맞는건가 미래가 있나 생각이 들자 아주 사소하게도 이런것들도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정이 떨어지는게 얼마나 무서운지 ... 

호텔은 호텔스닷컴에서 찾았는데 특가상품으로 나와서 싸게 잘 구했다. 4성 호텔인데 호텔룸에서 휠 오브 브리즈번 관람차도 보이고 야경도 좋았다. 울룰루에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옷가지들을 이곳에서 세탁했다. 세탁과 건조를 다 할 수 있었는데 건조기가 너무 더러웠다.

 

특히 먼지를 치우지 않아서 건조망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저정도에도 망가지지 않고 돌아가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내가 먼지를 다 치워주었다. 

호텔 주변을 걸어다니면서 오늘 도착했던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여행하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케밥이랑 치킨이다. 브리즈번에서도 매일 저녁 케밥이랑 닭고기 혹은 피자를 사서 맥주마시면서 잠들었다. 이 때가 호주 여행 중 정신적으로는 가장 행복했다. 

호텔룸에서 볼 수 있는 야경인데 이렇게 좋은 뷰를 볼 수 있는 곳이 특가로 나온다? 무슨 문제가 있어도 심각하게 있는거다. 바로 앞에 건물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24시간 공사를 했는데 소음이 정말 말도 못했다. 이곳에서 4일이나 미리 결제를 했는데 하도 시끄럽고 그래서 이틀만 자고 나머지는 그냥 버린셈치고 체크아웃을 하고 다른 호텔로 이번에는 정말 컨디션이 좋은 호텔로 옮겼다. 

브리즈번은 기억상으로도 호주여행에 어느정도 적응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도 편안한 분위기라서 가장 좋았다. 그렇게 복잡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조용하지도 않고 살기 가장 좋은 곳이 브리즈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호주에 와서 멜버른에서 가이드에게 낚여서 갔던 마루동물원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동물원을 찾았다. 브리즈번 론파인 아일랜드로 코알라 천국이다. 코알라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고 어딜 봐도 코알라가 있는 사육장을 볼 수 있다.

브리즈번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 40분 정도 이동하면 갈 수 있는 곳으로 우리가 갔던 날 같은 버스에 타고 있던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를 보고 나도 여행은 혼자 다녀야지 라는 생각을 굳게 했다. 

 

어찌어찌 여행객이다 보니 버스에서 눈인사를 하고 동물원에서 코알라와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다가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 식사도 같이 하게 되었던 여행자다.

 

혼자 여행하면서 호스텔에 머무르는데 거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행이 필요하면 찾고 여행 코스나 일정등을 스텝이나 여행자들과 공유한다고 했다. 그냥 호스텔하면 더럽고 좁고 한방에 수명씩 억지로 잠을 자야 하고 이런걸 생각했는데 요즘 호스텔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나라 다른 인종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고 하는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의 스트레스가 없다고 한다. 누구와 어울리고 싶지 않으면 원래 혼자 왔으니 원래대로의 일정을 소화하면 되고, 또 바로 다음날 까지 안가도 몇시간 차이로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기 때문에 동행을 구하거나 하는건 문제도 아니라고 한다. 

 

이미 항상 함께하고 있던 사람과 또 새로운 장소에서 또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똑같은 것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것에 회의감이 들던 시기라서 그랬는지 약장수에게 홀리듯이 혼자 여행을 하는 동행의이야기에 홀딱 취했다.

 

론파인 동물원은 코알라의 모든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코알라가 뛰는것도 볼 수 있었다. 

오리 너구리도 볼 수 있었다. 

태즈매니아 데빌. 태즈매니아 하면 웬지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데 아마 태즈매니아의 늑대 때문이겠지. 근데 여기 론파인 동물원에 태즈미니아 데빌이라는 이름의 동물이 있었다.

이름에 악마가 들어가면 얼마나 흉포하게 생겼을까 싶었는데 야행성이라 해가 쨍쨍한 낮에는 저 굴속에 들어가서 꿀잠을 자고 있었다.

그냥 귀여운 동물 처럼 보이지만 검색을 해서 찾아본 사진은 거대한 시궁창 쥐 같고, 외모가 좀 흉물스럽다. 특히 울음소리가 괴상한게 악마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로 보인다. 근데 저렇게 세상 모르고 자는걸 보면 원래부터 악마는 아닌거 같았다.

그리고 코알라 캥거루 못지 않게 보고 싶었던 딩고. 그냥 개다 개. 실제로도 호주 야생 들개이기도 하고. 누렁이다.

딩고는 보기가 가장 어려웠는데 저렇게 있다가도 금방 자기 집으로 들어가서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징그러운 뱀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뱀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육사. 이 뱀을 몸에 걸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아무도 사진을 찍거나 하지는 않았다.

론파인 동물원에서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시티로 다시 돌아왔다. 야경을 보면서 브리즈번 페리를 타기로 했다. 시티캣은 빠르고 쾌적한 페리이고, 시티호퍼는 무료로 운행되는 통통배 수준의 배다. 

브리즈번에서 유명한 투어 중 하나가 스토리브릿지를 걸어서 올라가는 투어가 있다. 1인당 10-15만원 정도를 내면 올라갈 수 있다. 야경과 일몰을 감상하는 최고의 포인트 중 하나이기에 기회가 되면 꼭 해보면 좋다.

친구와 브리즈번에서 만나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고 만나지 못한 기간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각자의 삶을 추적했고 자연스럽게 결혼이야기까지 옮겨오게 되었다.

 

뭐 당연히 으레껏 물어보는 질문이었지만 이미 마음은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냥 형식상 뭐 아직 잘 몰라 만나다가 서로 결혼해야 되는데 옆에 있으면 하게 되겠지 라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는데 그냥 혼자 생각이지만 나는 결혼은 커녕 더 오래 만날 자신도 없는 상황에서 그냥 만나고 있으니깐 딱히 헤어질 만한 이유가 없으니 그냥 계속 만나는게 여자친구를 위해서 좋은 일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우연이나 그냥 그렇게 됐다. 라는 말이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일정이 애초에 울룰루 - 앨리스스프링스에서 멜버른으로 바로 돌아올 수 있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헤어질 운명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호주여행을 하면서 헤어지게 된것처럼, 호주여행을 하다가 결국 그냥 결혼까지 하게 됐다 라는 말을 지금 하고 있었을 수 도 있을까?

 

또 다른 세계가 있어서 그 순간 다른 결정을 내려서 또 다른 운명의 내가 여자친구와 게속 만나고 결혼까지 하고 하는 등의 또 다른 전개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새로운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고, 이후 브리즈번에서 시드니로 넘어가서 여자친구는 먼저 귀국하고 나는 비행기일정상 이틀을 더 묵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