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는 세계에서 세로로 가장 긴 나라다. 당연히 사막지형과 빙하를 모두 한 나라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반시계 방향 루트로 남미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이라면 칠레 산티아고에서 푸콘을 들러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로 혹은 칠레 푸에르토 몬트로 이동한다. 브라질에서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는 여행자들도 칠레 푸콘을 많이 찾고 있다. 이 곳은 칠레에서도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외관을 보여주고 있고 인구수도 적고 관광업이 이 곳 도시의 주요 소득원이다 보니 치안도 좋다. 칠레 도시 중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하고 다녀도 전혀 문제가 없는 몇 안되는 도시 중 하나다. 그만큼 관광객이 많고 도시가 작고 아담하다.
칠레 푸콘은 비야리카 화산이 가장 유명하다. 화산트래킹 후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액티비티가 인기 만점이다. 방문하는 시기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고 트레킹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이것 외에도 푸콘에서 즐길 수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들이 굉장히 많다.
이드로스피드, 레프팅, 화산트레킹, 스카이다이빙 등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스포츠들을 즐길 수 있다. 호숫가에서는 당연히 관광유람선과 개인용 카약도 탈 수 있다.
여행자의 도시, 칠레인들이 좋아하는 여름휴양지의 대명사이다 보니 맛집도 많고 그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맛있다고 하는 집들도 별로였다. 아무래도 칠레의 물가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를 생각하면 배 이상은 비싼 가격대라서 외식을 많이 하게 되면 생각지 못한 지출이 커질 수 있다.
저기 보이 배들은 관광객을 태우는 배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색감에 캐릭터들을 그려놓았는데 운항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그 때 맞춰가야 한다.
하지만 별로 타고 싶지 않은 비주얼이다. 대신 반대편 호수로 가면 카약과 패달로 움직이는 대형보트 등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대여해준다.
칠레는 개들의 천국이다. 진정한 개들의 천국인데 개들이 굉장히 온순하다. 한번도 사납게 짖는 개들을 본 적이 없다. 주인도 없어서 떠돌이 개들인데 어딜가나 많이 있다. 이런 개들의 개체수가 너무 심각할 정도로 많은데 그냥 무던하게 개들이랑 사람이랑 같이 잘 지낸다. 근데 아무래도 주인이 있어서 끼니를 챙겨주는게 아니다 보니 항상 굶주려 있고 사람을 잘 따른다 먹을 것을 주면 졸졸졸 따라다니기까지 한다. 덩치가 산만한 개들이 무리를 지어서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겁을 먹고 뛰어서 달아나면 맹렬하게 쫒아올 수 있으니 절대 겁먹지 말고 그냥 내 갈길 가고 와서 꼬리쳐도 무시하면 그냥 그대로 잠잠하게 자기 갈길 간다.
날도 덥고 배도 고프고 저렇게 옴짤 달짝 안하는걸 보면 측은한 마음도 든다. 이 호숫가 해변에서 수영도 할 수 있고, 카약을 빌릴 수 있고, 여러가지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물은 겉에서 보면 깨끗해 보이지만 호수라서 좀 더럽다.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휴가철에 가면 엄청난 인파를 경험할 수 있다. 꼭 2000년대 초 우리나라 여름 피서철 바닷가를 보는 기분이다.
이 호숫가 비치를 풍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호텔은 푸콘에서 가장 유명한 그랜드 호텔로 가격도 저렴하고 위치도 좋아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단 호텔이 오래되어서 룸 컨디션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그리고 호숫가에서 카약을 타면서 조금 멀리 물러나면 비야리카 화산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근데 여기서 카약타고 사진찍고 하다가 중심을 잃고 기울어지면서 핸드폰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푸콘 사진인 많이 없다. 있는것도 고프로로 대충 찍은 것들 뿐이다. 소매치기를 당할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중고로 저렴한거 구입해서 간거라서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푸콘에서 찍은 사진들이 거의 다 날아가버렸다.
유유자적하게 지내면서 산책하고 하다가 다음날은 푸콘에 가면 반드시 가게 되는 유명한 온천 헤오메트리카 테르마스를 다녀왔다. 가는데에만 거의 2시간 가량이 걸린다. 온천이 위치한 곳 까지는 또 비포장 도로로 20분 정도는 더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투어를 이용하는게 좋다. 입장료에 차량 이동비에 1인당 한국돈으로 3-5만원 사이로 가격대는 비싸다.
하지만 야외온천이고 안데스산맥에서 녹아내린 빙하수와 지하 온천수가 만나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연 온천이다 보니 그 느낌도 남다르고 무엇보다 갈끔하게 잘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대략 15-20개 정도 되는 온천탕이 있어 온천욕을 즐기는 기분이 남다르다.
입구에서 여권을 맡기고 키와 사용할 수건을 받는다.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 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면 빨간색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양 옆으로 다양한 온도의 온천이 있다.
안내를 해주는 직원들이 데크를 따라 움직이면서 손님들을 응대해주고 질문을 하면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레스토랑이 있는 곳이 가장 넓은 휴게 공간으로 식사나 음료를 마시지 않아도 밖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큰 라커룸이 있는데 이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라커에 옷과 가방 귀중품을 넣어둔 뒤 온천을 즐기면 되겠다. 야외온천이지 목욕탕이 아니다. 당연히 수영복을 입고 온천을 즐겨야 한다. 수영복이 없으면 반바지라도 입어야 한다. 팬티차림은 안된다.
온천이 만들어진 곳에 들엉갈 수 있는 곳을 보면 온도가 표시되어 있다. 우리와 똑같은 온도표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 없이 들어가면 된다.
세로로 긴 나라라서 그런가 이 헤오메트리카 역시 세로로 길게 올라갈 수 있도록 데크가 만들어졌다. 넒이는 그렇게 넓지 않다.
사람들 대부분이 레스토랑이 있는 곳 라커에 옷을 보관하고자 하는데, 당연히 자리가 거의 없다. 당황하지 말고 위쪽으로 데크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라커를 모아놓은 블럭을 몇개 더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옷을 보관하면 된다.
데크가 물에 젖다보니 약간 미끄럽다. 항상 이동할 때 조심조심 걸어야 한다. 특히 야간에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데 이때에는 빛이 훨씬 적다 보니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데크를 따라 위로 계속 이동하다보면 드디어 이 온천의 끝을 만날 수 있다. 미니 폭포가 떨어지는 곳인데 물이 엄청나게 차갑다. 빙하수 녹은 물이라서 그런가 사진 찍으려고 가다가 그냥 돌아왔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차갑다.
남미사람들도 우리 못지 않게 사진의 민족이다. 저 추운데를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오랜만에 흑인도 만났다. 여자친구 말로는 아이티안들이 굉장히 많이 칠레로 왔다고 한다. 먹고살게 없어서 왔으니 정상적인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인구들이 많아서 아이티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상당했다.
특히 현 피녜라 대통령 이전 좌파 바첼렛 정부는 경제와 더불어 이민문제로 인기를 잃고 정권을 잃고 말았다고 한다. 근데 칠레는 정치도 재미있는데 연임이 안될 뿐, 중임은 가능하다. 그리고 좌와 우가 사실상의 독재를 하고 있는데 정권의 바뀜과 상관없이 이미 경제의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정치인들의 친지와 가족들이 다 장악하고 있어서 서로가 다 해먹는다고 한다. 우리보다 훨씬 더 개판의 정치상황을 보여주는데, 못살겠다 갈아보자 하고 갈아도 정당 얼굴만 바뀌었고 겉으로 표방하는 정치구호만 다를 뿐 황당하기 이를데 없는 경제 사회 정치 구조는 변하는게 없다. 그래서 얼마 전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게 된 뿌리깊은 이유인데 그럼에도 바뀌는게 없다. 베네수엘라는 바꾸자 해서 바꾸었던 챠베스 마두로가 나라를 세계 최 빈국으로 만들어 버렸고 아르헨티나는 선진국이 중진국으로 떨어졌다. 칠레인들은 그래도 자기들의 경제에 대해서 나름 자부심이 상당한데 정치만 보면 아슬아슬해 보인다. 남미는 어딜가나 크게 차이가 없다. 내가 여기 살면서 들은 가장 황당한 이야기는 바로 도로정비 관련이었다. 우리나라가 그토록 멀쩡한 인도를 까 뒤집는거는 이제 사실상 다들 보고도 눈 감는 이야긴데 칠레는 그 스케일이 더 크다. 도로 다리 뭐 자유시장경제 공공부문 민영화의 지옥버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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